최종 업데이트: 2026년 05월 14일
5월 13일 오전, 월스트리트저널은 한 줄짜리 그래프를 공개했다. 2024년 0달러에서 출발한 Anthropic의 매출 곡선이 2026년 4월 연환산 300억 달러를 찍고 OpenAI를 옆으로 따돌리는 모양이다. 표제는 단호했다. “한때 뒤처졌던 Anthropic, 이제 AI 붐의 선두주자.”
2년 전만 해도 이 회사는 OpenAI에서 떨어져 나온 무명 스타트업이었다. 지금은 Anthropic 기업가치 9,000억 달러 라운드가 6월 마감을 향해 굴러간다. OpenAI(8,520억 달러)를 사상 처음 추월할 가능성이 코앞이다. 이 글에서는 그 추월이 어떤 숫자로 뒷받침되는지, 그리고 비상장 회사에 직접 못 들어가는 한국 개인 투자자가 이 흐름을 어디서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 정리한다.
4월 29일에 가격이 정해졌다 — 90일에 두 배가 된 몸값
시간을 거꾸로 돌려보자. 2026년 2월, Anthropic은 시리즈G 라운드를 기업가치 3,800억 달러로 마감했다. GIC와 Coatue가 이끈 라운드는 사상 두 번째로 큰 사모 테크 펀딩이었다. 그 시점 시장 컨센서스는 “비싸지만 정당한 가격”이었다.
3개월이 지난 4월 29일, Bloomberg가 첫 보도를 냈다. Anthropic이 9,000억 달러를 넘는 라운드 제안을 검토 중이라는 내용이다. 2월 대비 두 배 이상이다. TechCrunch는 라운드 규모를 약 500억 달러로 잡았고, 50억 달러 투자를 준비한 기관조차 CFO 미팅을 잡지 못한다는 보도가 따라붙었다.
한국 시장에 이 소식이 도착한 건 한국경제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비상장 주식 시장에서 Anthropic 주식에는 직전 라운드 대비 5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고 있다. 같은 기간 OpenAI 구형 주식은 직전 라운드 대비 약 10% 할인된 가격에 거래된다. 같은 상위권 AI 회사인데 투자자의 온도가 완전히 다르다.
투자자가 줄을 서는 이유 — 인프라 계약 두 건
밸류가 두 배가 된 90일 안에 두 건의 인프라 계약이 끼었다. Amazon은 4월 초 5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면서 최대 200억 달러 추가 약정과 5기가와트 컴퓨팅 용량을 묶었고, Google은 4월 24일 최대 400억 달러 투자와 또 다른 5기가와트를 약속했다. 합쳐서 10기가와트다. 참고로 인천공항 전체 사용량이 약 0.1기가와트 수준이다. AI 추론에 들어가는 전기 규모가 더 이상 데이터센터가 아니라 발전소 단위로 계산되는 시대로 넘어갔다.
15개월에 30배 — 회계 논쟁까지 따라잡은 매출

밸류는 결국 매출이 뒷받침해야 한다. Anthropic의 ARR(연환산 반복 매출) 곡선을 시간순으로 펴보면 이렇다.
2024년 12월 약 10억 달러. 2025년 말 약 90억 달러. 2026년 2월 140억 달러. 3월 190~200억 달러. 4월 초 300억 달러. WSJ이 5월 13일 투자자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6월 말까지 약 500억 달러가 목표다. 회사가 연초에 세운 계획은 1년에 10배 성장이었는데, 1분기에만 80배를 찍었다.
OpenAI 측의 반론도 있다. 아시아경제가 정리한 FT 보도에 따르면 Anthropic이 클라우드 파트너(Google, Amazon)를 통한 매출을 총액 기준으로 계상해 약 80억 달러를 부풀렸다는 주장이다. OpenAI는 같은 항목을 빼고 계산한다. 회계 처리 차이는 실제로 존재한다.
근데 80억 달러를 빼도 Anthropic ARR은 220억 달러 수준이다. OpenAI의 3월 자체 발표(월 20억 달러, 연환산 240억 달러)와 비등하거나 약간 뒤지는 정도. 더 중요한 건 속도다. OpenAI는 이 숫자에 도달하는 데 거의 3년이 걸렸고, Anthropic은 같은 곡선을 15개월 만에 그렸다. 회계 논쟁이 있어도 성장 기울기는 부정하기 어렵다.
기업 시장 점유율 — 9개월 만에 뒤집힌 채팅 지출
5월 13일 핀테크 스타트업 Ramp가 공개한 데이터가 결정타다. 약 5만 개 기업의 카드 지출을 추적하는 Ramp 기준, 4월 한 달간 Anthropic 모델 사용 기업은 34.4%, OpenAI는 32.3%다. Anthropic이 처음 앞섰다. 한 달 사이 Anthropic은 3.8% 늘었고 OpenAI는 2.9% 줄었다. Ram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 시장에서는 지배적 플레이어도 두어 달 만에 뒤집힌다”는 코멘트를 달았다.
시야를 1년 단위로 넓혀도 같은 그림이다. Menlo Ventures의 2025년 엔터프라이즈 AI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AI 채팅 지출에서 Anthropic 점유율은 2023년 12% → 2026년 1월 약 68%. 같은 기간 OpenAI는 50%에서 27%로 반토막이 났다. 코딩 도구 시장만 따로 보면 Anthropic 54%, OpenAI 21%다.
OpenAI 대변인은 “Ramp 데이터는 대형 엔터프라이즈가 카드로 안 쓰니까 불완전한 그림”이라고 반박했다. 합당한 지적이긴 한데, Forge Global 같은 2차 시장에서의 Anthropic 거래량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3배 늘었고, 같은 기간 OpenAI 2차 시장 가치는 22% 하락했다는 점은 다른 답을 가리킨다. 카드 안 쓰는 대형 엔터프라이즈가 있더라도, 그들의 지분 수요 흐름까지 비슷한 방향이라면 그건 우연이 아니다.
Anthropic 기업가치 9,000억 달러, 한국 투자자는 어디서 잡을 수 있나

여기서 한국 개인 투자자의 현실적인 문제로 넘어간다. Anthropic은 비상장이다. Bloomberg는 빨라야 2026년 10월 IPO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9,000억 달러 라운드가 마감되면 IPO 시점이 더 미뤄질 수도 있다. 그 사이에 Anthropic 기업가치 상승에 노출되는 방법은 간접 경로뿐이다. 세 가지가 있다.
경로 1 — Amazon(AMZN)·Alphabet(GOOGL): 대주주이자 인프라 파트너
Amazon은 Anthropic에 누적 약 80억 달러를 투자했고 4월 추가로 50억 달러를 넣었다. Google은 4월 24일 최대 400억 달러 약정을 공식화했다. 단순한 재무 투자가 아니다. Anthropic이 쓰는 컴퓨팅 인프라의 80~90%가 이 둘의 클라우드(AWS·Google Cloud) 위에서 돌아간다. Anthropic 매출이 늘수록 AWS·Google Cloud 매출도 늘고, 동시에 두 회사의 Anthropic 지분 평가액도 올라간다. 이중 노출이다.
단점은 노출 희석이다. AMZN 시가총액은 약 2조 달러, GOOGL은 약 2.5조 달러다. Anthropic 지분 가치가 1,000억 달러 늘어나도 모회사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 안팎이다. “Anthropic 베팅”이 아니라 “AI 클라우드 베팅”으로 봐야 한다.
경로 2 — SK하이닉스·삼성전자: HBM이 들어가는 자리
Anthropic이 새로 확보한 10기가와트의 컴퓨팅 용량은 결국 Nvidia GPU와 Google TPU, AWS Trainium 칩이 메운다. 이 세 칩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부품이 HBM(고대역폭 메모리)이다. 비즈한국 보도 기준 SK하이닉스는 5월 11일 장중 194만 9,000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고 시가총액은 9,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연초 대비 약 197% 상승이다.
계산을 직접 해보면 이렇다. 5기가와트 데이터센터에 들어가는 GPU 한 대당 HBM 평균 단가가 약 1,500달러, 1기가와트당 약 50만 개의 GPU가 필요하다고 가정하면 HBM 수요는 약 38억 달러 규모다. 10기가와트면 76억 달러. 물론 Anthropic 한 회사 몫이 아니라 클라우드 파트너가 나눠 쓰는 자원이고 다른 고객도 같이 쓰지만, AI 추론 수요의 한 축이 또 추가됐다는 점은 분명하다.
UBS는 5월 11일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155만 → 170만 원으로 올렸다. SK증권은 300만 원이라는 공격적 숫자를 내놨다. 다만 2027년 4분기 삼성전자 HBM4 양산이 본격화되면 SK하이닉스의 프리미엄은 조정받을 수 있다. 이 부분은 리스크다.
경로 3 — AI 인프라 ETF: BOTZ, IRBO, AIQ
개별 종목이 부담스러우면 ETF가 답이다. iShares Robotics and Artificial Intelligence ETF(IRBO), Global X Robotics & AI ETF(BOTZ), Global X Artificial Intelligence & Technology ETF(AIQ)가 대표 상품이다. 다만 ETF는 Anthropic 자체를 담지 못한다(비상장이라). 대신 Nvidia·Microsoft·Alphabet·AMD·TSM·Broadcom 같은 인프라 종목 묶음이다. Anthropic 성장 → AI 인프라 수요 증가 → 묶음 상승, 의 3단 논리다.
내가 보는 그림 — Anthropic 기업가치 추격, 어디서 깨질 수 있나
내 결론을 먼저 말한다. 나는 6월 라운드 마감 자체에는 큰 변수가 없다고 본다. 이미 인프라 계약 두 건과 ARR 곡선이 가격을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nthropic 기업가치가 9,000억 달러 → 1.2조 달러로 가는 길에는 두 가지 큰 함정이 있다.
첫째, 매출의 회계 기준 문제다. OpenAI 측 주장처럼 클라우드 파트너 매출을 총액 계상한 80억 달러를 빼면 ARR은 220억 달러 수준이고, OpenAI와 비등해진다. IPO 직전 SEC S-1 신청서가 공개되는 순간 회계 방식이 명시되는데, 이 시점에 시장이 가격을 다시 매길 가능성이 있다. 남들은 “Anthropic이 OpenAI를 추월했다”는 헤드라인을 보지만 나는 IPO 직전 6개월의 회계 재평가 구간을 본다.
둘째, 컴퓨팅 병목이다. WSJ도 5월 13일 기사에서 짚었듯, Anthropic은 이미 컴퓨팅 부족으로 사용자 한도를 조이는 throttle을 걸고 있고 짧은 outage도 반복된다. 4월 말 Claude Pro에서 Claude Code 기능이 빠진 게 그 신호다. 매출은 폭증하는데 그 매출을 처리할 인프라가 뒤따라오지 못하면 고객 이탈로 직결된다. 9,000억 달러 밸류의 핵심 가정은 “수요가 공급을 못 따라간다”인데, 공급이 풀리지 않으면 이 가정 자체가 위태롭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이클에서 Anthropic을 직접 추격하기보다 SK하이닉스 비중을 그대로 가져가면서 AMZN을 분할 매수하는 전략이 가성비가 낫다고 본다. AMZN은 PER 30배 후반에서 거래 중이라 비싸긴 하지만, Anthropic 지분과 AWS 매출 양쪽에서 직접 수혜를 보는 구조다. 단, 이건 내 판단이고 본인 포트폴리오 구성·시계열에 따라 답은 다를 수 있다.
앞으로 90일 — 체크해야 할 일정 3개
단기적으로 주목할 일정은 세 가지다. 6월 말: Anthropic ARR 500억 달러 달성 여부 자체 발표. 미달성 시 라운드 가격 조정 가능성. 7~8월: 9,000억 달러 신규 라운드 정식 클로징. SEC S-1 사전 검토 절차 시작. 10~11월: IPO 신청 공식화 가능성. 이 시점에 회계 기준이 공개되면서 시장의 첫 번째 리프라이싱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같은 기간에 SK하이닉스 2026년 2분기 실적(7월말 발표), 삼성전자 HBM4 양산 진척도(8~9월 컨퍼런스콜), 그리고 코스피 AI 관련주의 외국인 수급 변화를 같이 봐야 한다. 미국 AI 회사의 자금 조달은 결국 한국 HBM 발주로 흘러오기 때문이다.
Anthropic 기업가치 9,000억 달러는 단순한 헤드라인이 아니다. AI 자본의 무게중심이 OpenAI 단극에서 양극으로 분산되는 첫 신호다. 한국 투자자 입장에서는 직접 진입이 막힌 비상장 회사를 두고 우회 경로의 가성비를 따져야 하는 국면이다.
이 흐름 어떻게 보시나요? AMZN·SK하이닉스·ETF 중 본인 포트폴리오에 맞는 경로가 무엇이라 보는지 댓글로 의견 남겨주세요.
주변에 AI 관련주를 들고 있는 투자자분이 있다면 이 글을 공유해주세요. 같은 사건을 보는 시각이 갈리는 지점이 있을 겁니다.
⚠️ 본 글은 투자 권유가 아닌 정보 제공 목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투자 결정은 반드시 본인의 판단과 책임 하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 투자 6년차, AI·반도체·로봇 섹터 집중 분석. 매일 저녁 WSJ·Bloomberg 등 글로벌 경제 매체를 정독하며 팩트 기반의 투자 인사이트를 전달합니다.





